문화
래블업의 이야기를 확인해보세요.
래블업 사내 AI 해커톤 이야기
최근 몇 년 사이 기술과 도구를 바라보는 방식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주어진 기능을 선택해 사용하는 것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목적에 맞게 도구를 직접 설계하고 구성하는 흐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도구는 더 이상 고정된 기능의 묶음이 아닙니다. 언어로 구성되고, 맥락에 따라 반응하며, 사용자와 함께 발전하는 유기적인 구조로 바뀌어가고 있죠.
이러한 변화는 기술을 만드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최근, SaaS 제품들은 더이상 '자동화'와 같은 키워드에 묶이지 않죠. 작업의 목적과 과정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실행하는 Agentic AI가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들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하며,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자와 상호작용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개발자나 기술 전문가만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기능의 고도화 여부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이제는 누구나 프롬프트 몇 줄로 기능을 구현하고, 실무에 적용해볼 수 있는 환경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쉬워졌다고 해서 곧잘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건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가 아니라, 어떤 문제를 어떻게 구조화하고, 그 안에 AI를 어떻게 배치할지를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이번 사내 해커톤은 바로 그 감각을 실험해보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개발뿐 아니라 리서치, 세일즈, 파이낸스, 데브릴 팀까지 모두가 함께, 각자의 언어로 문제를 정의하고 본인만의 AI 도구를 설계하는 일에 도전했습니다.
Doing is Believing
래블업의 모든 구성원이 해커톤에 참여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기술은 머리로만 공부한다고 해서 곧바로 내 것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를 겪고, 이를 반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을 통해야만 도구의 작동 방식과 한계, 그리고 그 너머의 가능성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움은 개발 직군 뿐만 아니라 비개발 직군도 경험해 보아야 회사 전체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달릴 수 있습니다.
래블업 Idea | up 해커톤에서는 특정 주제를 정하지 않고, 각자 업무 속 반복 작업이나 병목 지점을 자유롭게 선택하게 했습니다. 이번 해커톤은 기술 실험이라기보다, 실질적인 문제 해결 과정에 AI를 어떻게 통합할지를 함께 고민해보는 자리였습니다. 그 결과, 'AI는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람은 무엇을 설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모든 구성원이 자기 자리에서 스스로 던져보고 답해볼 수 있었습니다.
래블업 해커톤
회사는 해커톤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Claude Code 계정을 발급해주었고, Claude Code 사용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Google AI Studio를 통해 해커톤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회사 장비에 개발 환경을 세팅하는 방법부터 각 툴을 사용하여 예제를 만들어보는 Best Practice를 공유함으로써 개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도구 사용 방법을 일힐 수 있도록 소개 세션이 진행되었고, AI가 이해할 수 있는 명확한 기획 프롬프트를 만드는 방법, AI의 코딩 과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한 여러가지 노하우도 같이 공유되었습니다.
이후 1시간의 짧은 시간이 참가자들에게 주어졌고, 시간 내에 각자가 작성한 기획서를 바탕으로 실제로 구동 가능한 제품을 만들어보는 것이 목표로 주어졌습니다. 저는 Google AI Studio를 활용하여 업무기록 자동화 및 레퍼런스 검색 기능을 갖춘 '업무 보조 트래커'를 만들었습니다. 업무 보조 트래커는 사용자가 그 날의 업무를 자연어로 입력하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날짜별 업무 카드를 생성하고 저장하고, 키워드를 기반으로 과거 유사 업무 기록을 찾아주는 기능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업무 내용이 중복되거나 일별 정리가 누락되는 문제로 인해 검색 정확도가 떨어지는 상황이 있었는데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업무 입력 포맷을 명확히 정의하고, 날짜, 업무명, 키워드, 우선순위 등의 항목을 기준으로 정리된 프롬프트 구조를 설계해 문제를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해커톤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은 다른 구성원들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통합 문서화 도구를 만든 김종민님은 AI가 본인의 설계대로 프로그램을 짜는 대신 AI가 선호하는 방법으로 계속 제품을 설계해서 프롬프트를 통해 설계를 여러 차례 수정해야 했고, 허진호님은 로컬에 있는 파일을 활용하도록 설계했지만 AI가 자꾸 Amazon S3에 파일을 올리는 것으로 백엔드를 설계해서 끊임없이 로컬에 있는 파일을 바탕으로 로컬 환경에서 작업해야 한다고 프롬프트를 수정해야 했습니다. 이렇게 AI의 문제 접근 방법을 확인하고, 프롬프트를 조정하고, 올바른 설계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며 우리 모두는 AI 시대에 문제를 해결해내는 효율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해커톤의 마지막은 만든 결과를 모두에게 공유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제품을, 무슨 도구를 사용해서 만들었고, 어떻게 동작하는지 소개해준 후 모든 구성원이 투표에 참여하여 가장 설득력 있는 결과물을 선정했습니다. 문제에 대한 이해도와 AI 도구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사용했는지, 그리고 결과물이 실제 사용 가능한 수준으로 구현되었는지에 초점을 맞춰 평가가 이루어졌습니다. 그 결과, 권강민님이 만든 'AI 점메추' 봇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AI 점메추' 봇은 사내 구성원이 점심 메뉴를 추천받고, 식당 리뷰를 확인하거나 직접 작성할 수 있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입니다. 룰렛을 돌려 메뉴 범주를 무작위로 선택하거나, 원하는 카테고리(예: 중식, 한식 등)를 지정해 반경 500m~3km 내 식당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구글 리뷰와 사내 리뷰를 함께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접 리뷰를 남길 수 있는 기능도 포함되어 있어, 구성원 간의 피드백이 자연스럽게 축적되는 구조입니다. Claude Code를 활용해 프론트엔드는 React, 백엔드는 FastAPI 기반으로 구현되었고, 특히 룰렛 기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는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거치며 프롬프트를 구체화하고 구현 전략을 다듬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AI 도구와의 협업 방식을 실질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고, 추후 사내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의 확장 가능성도 확인했습니다.
1등을 수상한 권강민님께는 독거미 AULA SC800 게이밍마우스가 경품으로 제공되었습니다.
AI-native Lablup
AI-native 조직은 문제를 정의하는 관점에서부터 해결 방식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AI를 구조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조직입니다. 이번 해커톤은 래블업에 큰 변화를 남겼습니다. 해커톤을 통해 래블업의 모든 구성원들이 단순히 도구의 사용법을 익히는 것을 넘어 어떻게 문제를 해석하고, AI를 통해 해결해낼 것인가에 대한 감각이 조직 전체에 공유되었기 때문이죠.
아직까지 AI는 사람의 이해를 넘어서서 스스로 일하지 못합니다. 코드와 컴퓨팅, 네트워크를 깊이 알 수록 에이전틱 코딩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느껴지거든요. 저 역시도 프론트엔드와 백엔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었기에 트러블슈팅에 많은 리소스를 사용해야만 했습니다만, 만약 개발 관련 지식이 있었다면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제품을 완성할 수 있었겠죠. 다른 개발자 분들과 이야기해봐도 비슷한 의견을 들려주었습니다. 결국 Claude Code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지 알려면 기본적으로 내가 어떤 제품을 어떻게 디자인해야한다는 개념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사람들은 앞으로 더 많은 AI 에이전트들과 소통하고, 조율하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개개인에게 요구되는 능력은 AI가 올바르게 나의 지시를 수행할 수 있도록 문제의 본질을 짚고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 될 것입니다. 모델이 대신 코드를 짜 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 판단하고 맥락에 맞게 코드를 조정하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니까요. 해커톤을 통해 '앞으로 개발자는 뭘 먹고 사나'와 같은 충격파도 왔지만, 구성원들은 금세 AI를 활용해서 자신의 능력을 확장시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개입해오던 반복 작업을 자동화하고, 필요한 기본 문서를 생성하고, 여러 개의 에이전트들에게 일을 나눠서 시키며 조직의 사일로를 제거하는데 AI를 활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기술은 점점 사람 가까이 다가오고 있고, 래블업은 오늘도 그 기술을 선두에서 가장 잘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래블업 제 1회 해커톤 참여 후기
🧑🏻💻 권강민: "Claude Code를 사용하며, 말로 코드를 짜는 ‘verbal coding’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을 실감한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물론 AI가 작성한 코드에는 세부적인 오류도 있었지만, 전체적인 프로젝트 기획과 구현 시간을 비약적으로 단축시켜준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특히 프론트엔드는 경험이 전무하고, FastAPI 역시 익숙하지 않았던 저로서는 직접 개발했다면 일주일 이상 걸렸을 작업을, Claude Code를 통해 단 2시간 만에 스켈레톤 코드와 데모까지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해커톤을 통해, 앞으로 1~2년 안에 우리가 마주할 AI 환경은 지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급진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황지원: "Google AI Studio를 활용해 래블업 맞춤형 채용 추천 서비스를 구현해보면서, 개발을 본격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실제 작동하는 서비스로 연결시킬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빠르게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경험이 새로웠고, 앞으로 더 많은 것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 문현경: "AI 도구만으로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해보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시행착오도 많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AI 도구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감을 잡게 되었고, 이 경험이 우리 조직이 AI-native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 홍성철: "최신 모델의 Claude Code 를 사용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였습니다. 주어진 시간내에 생각했던 결과물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해 아쉬웠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설계과정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